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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이야기

뉴질랜드 초등학교 생활

by 캐나다와뉴질랜드 2011. 12. 4.

역시 해가 긴 여름이라 그런지 밤 9시가 가까워도 하늘이 완전히 깜깜하지는 않습니다. 이 나라는 써머타임제가 있으니 좋네요. 오후 3시에 아이 학교 끝나면 집에서 한 시간 정도 쉬고, 근처 공원에 나가도 해가 쨍쨍.. 한두 시간 놀다가 돌아와서 쉬고 저녁 먹고 TV 보고 다시 나가도 해가 떠있습니다.

오늘은 아직 일요일인데 아이가 자꾸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난리입니다. 아까 말한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에버랜드 가는 것처럼 계속 설렌다고 하네요. 역시나 제가 기대했던 학교 생활입니다. 이제 2주 지났는데 무척 좋아하네요. 역시 아이들의 천국은 천국인가 봅니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데 한국에 있을 때는 보통 가자마자 자습을 하고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수업하고 점심 먹고 집에 옵니다. 종종 이것저것 준비물도 챙겨가야 하고 숙제도 있고. 뭐 저도 그렇게 학교를 다녔으니 익숙한 풍경이긴 하지만요. 그런데 이곳에 오기 몇 주 전에는 한 동안 매일 한 시간씩 늦게 끝나는 겁니다. 이유인 즉, 구구단을 다 못 외워서 남아서 외우고 온다더군요. 그렇게 몇 주간을 남아서 억지로 외우게 하고, 집에 오면 또 숙제깢 하니 아이도 힘들고 부모도 힘든 현실이죠. 남들은 학원도 여기저기 다니고, 학습지도 한다는데, 저는 안 시켰습니다. 만으로 7세밖에 안된 아이한테 벌써부터 그러는 건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오랜 기간 어린이들의 교육 관련 일에 몸담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경쟁하는 한국식의 교육시스템은 영 맘에 안 들었죠. 경쟁은 학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다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서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다른 가정들의 가정교육부터 학교 공교육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교육에 대해서 더 말하자면 주저리주저리 길어지니까 그만하겠습니다. 아무튼 여기 뉴질랜드에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9시에서 3시에 마칩니다. 보통 8시 30분에서 40분 사이에 학교에 가면 일단 아이들이 운동장(=잔디밭)에서 뛰어놉니다. 9시에 수업종이 치면 잠깐 수업하고, 간식(Morning tea 모닝티라고 일종의 티타임을 갖습니다) 먹고 놀다가 잠깐 또 수업하고, 점심 먹고 또 놀고 잠깐 수업하고, 또 간식 좀 먹고 놀다가, 정리하고 끝나더군요. 처음 등교하던 날에는 학교에서 너무 많이 뛰어놀아서 지친다며 웃으며 투덜투덜. 공부를 또 너무 조금 한다고 또 웃으며 투덜투덜 되더군요. 한국에서 수학을 제일 싫어했던 아이가, 여기서는 집에 와서도 스스로 수학 공부를 합니다.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놀랄 노'자죠.

물론 학습 수준은 한국이 훨씬 높습니다. 아이들도 그만큼 똑똑하고요. 징그러울 정도로. 하지만 한국에선 학년별로 일정한 수준을 정해놓고, 그 수준을 못 따라오면 열등생, 낙오자가 됩니다. 일 년에도 몇 번이고 시험을 봅니다. 점수가 안 나오면 그야말로 공부 못하는 학생이 되어 버리지요. 여기는 일단 아직은 어리니까 공부보다는 아이들이 잔디 위에서 뛰놀고, 나무에 올라가면서 놉니다. 그렇게 놀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깨우쳐 갑니다. 학습 수준은 한국에 견줄 바가 못되지만, 아이들은 개개인별 수준에 맞춰서 수업을 받습니다. 우열을 가리지도 않고요. 말 그대로 주입식 교육이 아닙니다. 교과서도 없습니다. 매일 도시락이랑 간식만 들고 다닙니다. 학원 따위는 특별히 갈 필요도 없습니다. 어른들 직장도 대부분 4시~5시 사이에 끝나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요. 거리의 상점도 보통 빠르면 4시부터 닫기 시작해서 저녁 6시면 대부분 다 문을 닫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모두들 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얼핏 한국에서 직장 다니던 시절, 일이 바쁜 날에는 며칠이고, 아침에 자는 모습을 보고 출근하고, 밤에 자고 있을 때 퇴근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아이 얼굴도 한번 못 보고 그렇게 일만 했었죠.

아무튼 말이 길었는데 조금 걱정되었었지만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고 다니고 있는 걸 보니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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